살인자의 기억법 - 순문학의 비효율성

살인자의 기억법 - 박영하-


 -소설 읽은 사람만 보는 걸 추천한다.-

 본래 대만의 장마는 5~7월 사이이고, 태풍은 7~9월에 걸쳐 온다. 그러기에 근래에는 태풍 소식이 없으면 비에 대해 아무 대비도 하지 않았다. 헌데 오늘 폭우가 내렸다. (아직 이유는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에 처박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중국어 책들로 빽빽이 메워져있으니 좀 아득했다. 허나 운이 좋게도, 내가 있는 대학은 대만에 몇 안 되는 한국어학과가 있는 학교고 해서 서가에 한국어 책이 꽤나 많았다. 그리고 살인자의 기억법은 그 중에 꽤나 얇고, 재미있어 보이며, 무엇보다 새 책이었다!
 그래서 보았다.

 명색이 국문학과인데, 나는 김영하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기껏해야 수업 시간에 본 흡혈귀와 삼국지 소재 단편이 전부였다. 그때도 그럭저럭 새로운 흐름의 냄새가 나서, 꽤나 좋아했던 거 같은데, 이번 책도 그런 점에서 내 취향에 맞았다. 시적으로 뭉쳐진 문장, 추리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 등등. 물론 잘 읽히고 남성적이라는 것도 내게는 득점 포인트였다. 고로 중국어 공부하면서 2시간 안에 빠르게 읽어 내렸다.

결론에서 확 김새지 않았느냐고?

당연하지.
나도 사람인데

다만, 이유는 좀 남들과 다르지 않을까 싶다.

내가 김이 샌 이유는, 이 기획이 독자 입장에서는 터무니없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이야기 해보자.

해설은 조금 어려운 편이었지만, 기획 자체는 아주 간단하다. 소위, 운명의 농담을 추체험시키는 것이다.

두 살인자의 대결은 인생에 대한 기대고, 그 대결이 허상에 불과했다는 건 인생의 실체를 까발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한 독자의 멘붕과 실망감은 이 문제를 독자의 뇌리에 더욱 강하게 세겨 줄 것이다! 그리고 이 틀을 받쳐주는 과정에서 불교와 사드라는 두 축이 소스로 들어간다. 뭔가 좀 과하게 줄인 거 같지만, 내 이해력으로는 이 정도이다.

(물론, 출판사는 책을 팔아먹기 위해 이런 기획이 있을 거라고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헌데 문제는 이게 그다지 독자 입장에서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허망함은 상당히 흔한 주제이다. 한때 SF 영화에서도 줄기차게 나왔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이나, 미스트 등등.) 물론, 우리가 이 시점에 굳이 다시 돌아볼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도 아니다. 물론 김영하는 순문학계의 에이스답게 불교를 이용하여 더 깊고(아마도), 상당히 특색 잇는 사유 방식을 보여준다. 하지만 나 같이 평범한 사람 입장에서는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소설 장르나, 수필, 비문학, 타메체 등에서 더 효율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례로, 레이먼드 첸들러의 기나긴 이별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존 르 카레나, 에릭 앰블러도 괜찮으리라.
셋 다 재미있기도 하고.

물론, 위의 장르는 순문학만의 '개성'은 없다. 좀 더 재미있기 위해 좀 덜 반응(빡치게)을 유도한 것도 있다. 이런 빡침은 이 글을 이해할만큼 교양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뇌리에 더 잘 박히는 효과를 줄지도 모른다. 내가 이런 것까지 이해할만큼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만족감은 서비스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그냥 빡치는 게 조잡하기만 할 글일 뿐이니 무용지물일 뿐이다. 우리가 그것에 대해 고민하겠는가. 그냥 게임을 하거나 드라마를 보면서 잊어버리지. 요컨대 비효율 적인 방법으로 별 의미 없는 내용을 우리에게 선사해주는 글이다.

헌데 진짜로 위험한 건 그런 게 아니다.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큰 의미 없는 내용을 전하는 게 어디 한둘인가. 그건 그렇게까지 큰 죄악은 아니다. 허나, 이제 말할 거는 좀 문제가 있다.

이 기획, 작가한테 많이 유리하다.

당신, 글 좀 써봤으면 알 것이다. 적절한 소재를 찾고, 이걸 살릴만큼 뛰어난 스토리를 쓰며, 이 안에 캐릭터를 조율하는 거, 미치도록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헌데 재미있게도 요즘 순문학 작가들은 대다수가 이런 데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그리고, 김영하도 살인자 vs 살인자를 끝내주게 쓰기에는 재주가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김영하 책에 스토리가 끝내주는 게 있는가? 있다면 한 번 알려달라, 한국에 돌아가면 꼭 보겠다.) 혹은 노력할 마음이 없거나. 그렇다면 필히 스토리가 붕괴된 상태로 소설이 나올텐데. 공교롭게도 이건 위에 말한 철학적 기획과 꼭 들어 맞는다. 위의 철학적 기획은 그 스토리의 붕괴를 최소한의 리스크만 대가로 지불한 채 예술로 윤색해 줄 수 있다.

간단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자신의 실력 부족을 예술이란 이름으로 포장하지 않았는가?

근래에 순문학이 몰락하고 있고, 다른 장르와 더 많이 비교되고 있기에, 의심이 자꾸 커진다.

-사고를 기억하기 위해 올린다.

ps. 내 아는 형씨가 말했다. 순문학 그거, 그냥 재미 없어서 망하는 거 아니냐고. 언젠가부터 자꾸 신경쓰이는 말이다.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단편선집 49, 50 감상 기타 감상



근래에 리뷰를 하지 않았다.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읽었는데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전에라고 딱히 할 말이 넘쳤던 건 아니지만, 그때는 글 쓰고자하는 어떤 욕망이 샘솟았었다. 혹은, 오랫동안 안 쓰면 녹이 쓸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터져나왔거나.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나는 지금 어학연수를 위해 대만에 있다. 요컨대, 나는 중국어를 잘하지 못한다. 이는 다시 말해 내가 지금 무슨 책이든 던져 준다면 어떻게든 읽을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순문학은 군대에서 잘 읽히더라'라는 어느 젊은 교수님의 고언을 떠올렸다. 다행히도 내가 간 대만 정치대는 한국어학과가 있었고, 한국어로 된 소설들도 꽤 있었다. 그 중에서 창비 단편소설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 생각 없이 집어서 읽었다. 물론 재미는 없었지만, 읽다보니 궁금한 것들이 생겼다. 이에 기록해놓을 겸해서 적고자한다. 어쩌다 누군가가 내 궁금증에 대답해준다면 더 좋고.

근대 초기는 그럭저럭 봤기에 마지막 권인 50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49, 50. 1995에서부터 2005 사이이다.

1. 성석제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조동관 약전, 협죽도 그늘 아래.

: 순문학의 연성화가 느껴졌다. 내용은 별로 없는데 읽는 게 재미있는 글들이었다. 헌데 해설 부분을 쓴 비평가는 웃기기 위해 넣은 유머들 사이에서 잘도 의미를 찾아내었다. 꽤나 힘겨워 보였다.
이런 풍경은 사실 굉장히 고깝게 느껴졌다. 다른 장르에 대해서는 굉장히 까탈스럽게 굴던 양반들이 자신들에게는 관대했으니까. 내 기억이 맞다면, 2000년도까지 비평가 나으리 중 태반이 굉장히... 장르 문학? (요즘 영미권의 소설들에게 순수와 장르의 구분이 그렇게 잘 되었던가?)에 부정적이었다. 그리고 이건... 아무리 봐도 무지에서 나온 부정이었다. 헌데 자신들에게는 없는 의미도 찾아서 집어주었다라... 차라리 이야기의 힘과 언변의 재미에 주목했다는 게 더 솔직한 평가 같은데.
내가 철들기 전에 일어난 문학권력 논쟁과, 잉여스러워진 비평가 간에는 상관 관계가 있는 거 아닐까 싶었다.

아. 협죽도 그늘 아래는 확실히 의미가 느껴졌다. 까먹었을 뿐.


2. 채영주
-도시의 향기

: 그냥... 순문학이다. 큰 의미는 없지만 볼만은 한. 헌데 이거 왠지 모르게 어떤 여성작가가 쓴 글이 생각난다. 영수증을 통해서 한 남자를 스토킹하는 내용이었는데. 무슨 작품이었지? 혹시 곰팡이꽃하고 내가 내용헷갈리는 중인가?

3. 함정임, 고종석
-병신손가락, 제망매

:미안하다. 읽은지 1주가 되어놓으니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3. 한강
-내 여자의 열매

:굉장히 감성적이었다. 그렇기에 별로였다. 나는 떨어져내리는 꽃잎을 보며 침울해하는 이들과는 다른 사람이다. 나는 그들의 감정과 생각에 그다지 동감하지 못한다. 떨어져내리는 꽃잎을 보면, 관리 효율, 하수도, 나무 종류부터 생각난다. 아, 그래도 그걸 치우는 사람들의 표정과 감정을 생각하니 나도 나름 감성적인가? (히히)
나는 추리를 가장 깊게 접한 편이다. 그런지라 여자가 나무가 되어버리는 장면에서, 어라, 개연성이 없는 것이야 말로 예술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른 토양이기에 적응을 못한 거 같다. 그래도 의미는 있었다. 나는 내 어머니의 답답함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으니까. 허나, 나는 이제 어머니를 떠나왔고, 앞으로도 거의 붙어 있지 않을 것이다. 너무 늦게 읽은 건지도 모른다.

4. 김영하
-삼국지라는 이름의 천국, 비상구

:일단, 김영하는 재미있게 쓰는 작가다. 그래서 볼만했다. 그리고 김영하는 그 재미와 나름의 깊은 의미를 섞을 줄 아는 작가다. 아마 그렇기에 이렇게 순문학이 망한 지금에도 그의 작품은 매번 베스트 셀러에 올라가는 거겠지. 그러니 그 훌륭함에 대해서는 딱히 더 적을 것이 없다.
다만, 인상깊은 점에 대해 적자면. 게임 문제에 대한 게 인상 깊었다. 게임은 결과지 원인이 아니다. 2000년 근처에 나온 김영하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허나 20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심지어 국문학 교수들마저, 게임이 뭔지조차 모르는 이 현실에 대해 내가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무식하지는 않은데.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해야하나?

5. 배수아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그 사람의 첫사랑
일단 그 사람의 첫사랑은... 왜 1910년대를 그렸는데 풍선껌 같은 게 시골에서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 역사적인 배경이라면 공부 좀 하시지. 허나 역시 비평가 나으리들은 이런 것에 무관심하다. 허허 좋으신 분들 같으니라고. 조금 잘 쓴 로맨스 소설 수준이었던 거 같지만... 정이현도 있는 마당에 이런 데 태클 걸지 않겠다. 사실 난 이 현상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만.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이건 뭐... 그래, 시작으로서 가치가 있는 건가? 아, 뇌에도 좋다. 읽기 어렵지만 감각이 새로운 글들은 뇌에 자극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니까. 근데 주인공이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이라 답답해 죽을 거 같았다. 나는 열정과 노력이 모든 걸 해결해주리라고 믿지 않지만. 이 주인공이란 인물은 참.

난 가끔 이런 글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한다. 나도 특이한 사람이란 소리를 듣지만, 문학하는 양반들도 하나 같이 특이하다고. 그리고 문학하는 양반들 중 태반은 한 종류의 인간이지 않을까 싶다. 헌데 여기까지 다다르면, 그들은 공감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무언가. 예술로 치장된 폐쇄성, 그리고 이가 심화될 수록 점점 순문학을 멀리하는 몇 종류의 독자에 대한 이론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내 편견이겠지?

6. 김경욱
-블랙러시안
: 정말 해설 담당자는 나가 죽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면 비평가들 한 덩어리라도.

아오이 가든 때도 느낀 건데. 외국 장르문학에 너저분하게 널린 걸 어찌 긁어다가 순문학에 덕지덕지 형편 없는 실력으로 바른 것들을 새롭다고 띄워주는 행태는 정말이지 끔찍하다. 초반 특이하게 하려고 별 개연성도 없는 SF를 억지로 끌고 오다니. 끔찍하다. 형편 없는 허세다.

7. 김연수
-르네 마그리트 빛의제국 1953, 리기다소나무 숲에 가면
:기억이 많이 탁해졌다. 허나 난 이상하게 이 작가가 마음에 든다. 주제가 별로 대단치도 않은데. 내가 고민하는 것을 변변찮게나마 같이 고민해줘서 그런가. 흘러넘치는 감성이 아니라는 점에 부담이 없는 것도 내게는 매력이다.

8. 하성란, 조경란
-곰팡이꽃, 망원경
:기억도 안 난다. 망원경은 심지어 뭔소리인지 알아먹지도 못했다.

9. 신경숙
-배드민턴 치는 여자, 감자먹는 사람들, 부석사

: 이 작가의 '리진'이 워낙에 핵폭탄이었다. 그를 둘러싼 비평가 나으리들의 떠받듬 이후로는 작가가 왠지모르게 더 싫어졌다. 감성 좀 세련되고 문장 좀 잘쓴다고 내용도 없는 글을 팔아먹는 작가라는 인상이 있었다. 편견일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편견을 고치기 위해 다른 글을 보지 않았기에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다. 사실, 내게 사소한 편견을 고치기 위해 무언가를 공부한다는 건, 살짝 괴롭고 귀찮은 일 아닌가.

이번에는 조금 바뀌었다. 그럭저럭 괜찮다고. 공감은 중요하다. 문학가들이 힐링을 까고 또 까지만. 내 생각에 힐링은 아주 중요하다. 왜냐고? 민중 대다수에게 그저그런 비극은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 비극의 체험자에게 굳이 꼭 비극을 더 들려줘야겠는가? 비극은 원래부터 귀족층이 좋아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 그 뻔한 비극을 버티게 자신을 핥아주는 공감 힐링에게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나는 감자먹는 사람들에서 잠시 동안 그런 느낌을 받았다.

신경숙은 어떤 해답을 제시한 작가는 아닌 거 같다. 어쩌면, 어떤 질문조차 제대로 제기 못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허나 이걸 보면서, 원로 작가라는 명칭이 헛으로 먹은 건 아니라는 사실 쯤은 알겠다. 그렇다고 리진을 쓴 작가와 그걸 빤 평론가들에 대해 아니꼬운 시선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엿이나 처먹어라.



사실 신경숙은 48 권에 수록된 작가이다. 허나... 48권이 페미니즘 소설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에 다소 읽기가 힘들었다. 관심도 없는데다가 공감도 쉽게 되지 않는, 그리고 원래부터 재미없는 편인 소설을 읽는 건 누구에게나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이걸 보고 화가 난다면 그대여, 남자친구와 함께 액션영화를 본 기억을 떠올려주시게.) ...예, 그래서 이런 글 적으며 시간 보내는 거 맞습니다. ㅠㅠ






그나저나 한국문학을 단편만 보고 이해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거 아닐까 싶다. 단편 자체가 원래 재미가 좀 떨어지고, 생각도 단편적으로 들어나고, 실험적인 면이 있지 않는가. 게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일 중요한 작품들 70%는 장편인 거 같은데. 광장, 토지 등등. 그런 의미에서 근래에 읽은 소설 2개도 간단히 서술한다.

1. 최인호 상도 1권
가톨릭교도로 죽은 줄 알았는데. 책에 불교 냄새도 상당히 난다. 그만큼 종교에 해박했던 걸까?
2000년대 초 답게 약간은 오글거리는 애국심의 맛이 난다. 허나 최인호의 글은 언제나 재미있는 편이다.

2. 장경, 암왕
내가 태어나서 어린 아이로 있는 동안 무협지의 황금기가 지나갔었다고 한다. 그때의 대표작 중 하나가 먼 타국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기에 한 번 펴보았다. 상당한 내용에 꽤나 괜찮은 글 실력이다. 정말로 황금기였나보다. 어차피 전공도 무협지니, 고국에 돌아가면 이 계열부터 싸그리 봐야겠다.

컬라이더 메이즈-코야마 신 라이트노벨 감상





코야마 신 글
우카이 사키 그림
김현숙 역
NT 노벨 (대원 씨아이)
7000원, 310p



책 소개글

2천년만에 잠에서 깨어난 공주님!
왕국의 부흥을 위한 그녀의 첫번째 임무란 바로....
"아이 만들기?!"
마도 만화경사인 카일과 파트너인 레나토스는 고대 마법왕국의 유적을 탐색하다가 숨겨진 방을 찾아낸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곳에는 왕국의 마지막 왕녀 네페가 잠들어 있었다! 2천 년의 시간을 넘어서 잠을 깬 네페는 조국이 멸망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만, 왕국의 부흥을 위해 “우선은 자손을 늘려야 해요!” 라며 카일을 다그치는데?! 한편, 왕녀의 각성과 동시에 세계에 재앙을 불러올 초월유물이 유적에서 발견되었다!
미숙하고 엉뚱한 공주님을 둘러싼 모험 판타지, 스타트!!



개인적인 별점: ★★

장점

-그래도 배경이 판타지
-가끔 웃기다
-귀여운 캐릭터도 있다.
-읽고 화가 나지는 않았다.

단점

-인디아나 존스 + 판타지지만 살리지 못 했다.
-문체는 여전히 버벅거림
-전개는 깔끔하지 못 함
-개그가 재미있는 편은 아님
-들쭉날쭉한 감정선
-억지스러운 행동 등
-이하 너무 많으니 패스.



나는 가끔 라이트노벨을 본다. 부담 되는 일이다. 도서관에서 빌릴 수가 없어서 언제나 제 돈을 주고 사야한다. 불법 다운이라도 하면 재정이 나아지겠지만, 도덕이라는 게 있으니 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 인식이 라이트노벨=덕후 쓰레기여서 힘들다. 읽을 때도 언제나 숨겨서 들고 다녀야 한다. 들키면 부모님 눈빛 이상해진다. 선배나 친구 눈빛은 보너스. 거기에 실제로 질도 쓰레기가 많다. 옛날에는 아닌 게 많았지만, 지금은 쓰레기인 게 주류거나 쓰레기가 많다. 보면서 이게 소설인지 글 폐기물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가끔은 열이 뻗쳐서 별점 하나가 아깝다며 분노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라이트노벨을 사다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글들이 많기 때문이다. 의외로 요즘 생각하는 덕후 라이트노벨은 그닥 오래 되지 않았다. 2003년에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라는 작품이 나온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부기팝이나 도로스도 전기 같은 판타지, 추리 등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다. 19금에 이를 정도로 야해서 '모닝 야애니'라고 불렸던 '카노콘'이나 19금 빼고 다하는 '제로의 사역마' 등등. 제대로 막장 노선을 타기 시작하는 것은 아무래도 2005년이 지나서이다. 물론 지금이 2013년이니까. 라이트노벨은 덕후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그닥 틀린 말이라 하긴 어렵다. 최소한 요즘 건 그러니까.

하지만 일본의 청소년 대상 대중문학에서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장르가 라이트노벨이다. 90년대 이후로 쇠락하여 현재는 세가 많이 줄은 SF 팬덤이나, 은근 존재감이 있는 듯도 하는데 특별히는 없는 듯한 판타지 팬덤도 어느 정도 그 장르 안에 포함되어 있다. 애당초 장르가 sf나 판타지, 로맨스처럼 소재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만화적 특징의 유무로 구분하는 지라 소설의 범위가 광범위하다.

-이상, 덕질을 하기 위한 변명이었다.


여하튼, 내가 개인적으로 라이트노벨에서 가장 바라는 바는 개성이다. 부족한 솜씨와 지나치게 가볍게 쓴 면들을 참고 견딜 수 있을만큼은 새로움을 바라는 것이다. 옛날에는 그런 글들이 꽤나 되었다. 뱀파이어 헌터 D의 복사판이라는 욕을 들어먹지만, 트리니티 블러드도 꽤나 특이했다. 종말의 크로니클과 원환 소녀는 라이트노벨이 아니면 찾아 볼 수 없는 상상력을 보여준다.

물론 이 소설에는 그런 게 없다. 인디아나 존스에 판타지라니.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가? 뒤에 적힌 표지는 '아기 낳기'라는, 대놓고 뽕빨물의 면모를 보여준다. 단순히 일러스트의 색감이 예쁜지라, 샀을 뿐이다. 이 판에서는 왕왕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커버가 이쁘니 사는, 그림체 때문에 내용 안 좋지만 만화를 샀어요, 와 비슷한 일이.
 
예상한 대로 내용은 별로다. 문장력은 많은 라이트노벨이 그렇듯 한심한 수준이다. 차라리 나스체나 니시오 이신체가 더 나을 것 같았다. 현실성과 개연성은 만화적 리얼리즘임을 감안해도 처참하다. 몇 천 년만에 깨어난 왕비가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라'라고 말하며 몇 천 년 간 움직이지 않았던 근육을 다시 재활하고, 새로운 미적 개념과 자손 개념을 배우는 훈훈한 원시인 현대화 다큐멘터리를 바란 건... 살짝 바라기는 했지만, 여하튼 그런 건 아니다. 단순히 스릴 넘치는 스토리에, 적절하게 말이 되기를 바랬을 뿐이다. 하지만 테러 집단의 조직력과 전략은 처참하기 이를 데가 없다. 스토리 짜면서 머리를 쓴 기척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끔찍하게도 엔딩 부분에서 개연성이 작살난다. 설정은 딱 그저그런 수준이고. 대화나 개그 센스도 별 다를 거 없다. 여자애 옷 벗겨 두고, 으앗, 앗. 하는 수준.

캐릭터라도 좋으면 다행이련마는. 그닥 좋지도 않다. 레나토스라던지 비앙카 같은 캐릭터는 애정이 갔다. 뻔뻔한 친구와 츤데레 소녀는 적당히 잘만 굴리면 귀여움 받기 쉬우니까. 하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캐릭터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간관계인데다가. 인형 놀이 수준의 감정놀음이다. 마지막에 포텐 터지는 데라도 인간적으로 이해가기를 바랐는데. 무리한 욕심인가 싶었다.

웃긴 건, 이렇게 욕을 해놔도 그런대로 볼만은 하다. 여기저기 흠절이 있고, 몇몇 부분은 끔찍한 디테일을 보여주지만, 전체의 큰 그림은 그냥 훑어 볼만은 하니까. 그런 점에서 별 점 하나는 면한 것이다. 솔직히 중반의 몇몇 부분은 꽤 재미있게 보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라이트노벨 내에서는 그냥 그저 그랬고. 다른 장르까지 따져보면, 별로다.
역겨운 부분은 안타깝게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단 한 가지는 마음에 걸렸다.

세상에는 다양한 플롯이 있다. 이게 내가 스릴러를 보고, 순문학을 보면서 느낀 것이다. 헌데 '스트라이크 더 블러드' 같이 내가 요즘 본 판타지(전기물) 라이트노벨들은 굉장히 양산형 소설을 보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이라는 소설이 뜬 이후로, 그것의 열화복사본만 주구장창 나온다고 해야하나? 주인공이 히로인을 만나고. 둘이 좀 티격태격하다가. 주변 인물 좀 나오고. 위기가 찾아온다음에. 둘이 해피엔딩. 물론 어느 장르나 클리셰라는 게 존재한다. 로맨스는 이게 끝내주게 심각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변주조차 없다는 건 좀 심각하지 않은가? 거기에다가 문체나 분위기, 지향점도 은근히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이라는 라이트노벨과 비슷하다.

내가 사랑했던 라이트노벨의 개성이라는 건. 어느 새부터인가 트랜드라는 명목하에 묻힌 것 같다.

입이 쓴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일러스트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얼굴은 뻣뻣하고. 안의 흑백 일러스트는 조금 부적절해보이지만, 그래도 취향에 맞는 일러스트였다. 그래서 별 점 하나 더 주겠다. 라이트노벨에서 일러스트 중요한 건 모두 다 아니까. 4가 작가의 공이고, 1이 일러스트의 공이라, 대충 적당 적당하게 나누어 본다.
-nt가 원래 책 나름 잘만드는데... 이상하다. 2권까지는 인내심을 가져볼까. 나름 신진작가인데. 이 판은 2권이나 3권부터 책이 재미있는 일도 허다해서.

총통각하-배명훈 순문학 감상



배명훈 저
북하우스 (문학동네 출판그룹)
13000원, 360p.


개인적인 별점: ★★★★

장점
-재미있다. 잘 읽힌다
-순문학 치고는 자유분방한 편 (무려 우울하지 않다.)
-뭔가 기묘한 창의력
-이야기 실력이 뛰어나다.
-가카를 까는 게 아주 찰지다.
-가끔 빛나는 통찰력


단점
-순문학치고 깊은 맛이 없다
-어느 단편이나 느낌이 다 비슷함
-쉬운 소설이라서 쉽게 쓴 건 아닌가하는 사소한 의혹
-거울은 안 보고 가카만 깜




-사담이 길다. 일기 같은 글이라서 그러니, 적당히 스크롤을 넘기기 바란다. 백 스페이스도 괜찮다.

나는 한국문학을 잘 읽지 않는 편이다. '특별히 이유는 없다.' 같은 거짓말은 안 하겠다. 이유는 차고 넘친다. 재미도 없고. 취향에도 안 맞고. 작가들의 허세는 진절머리나며. 감성팔이는 끝내주게 쓰레기 같고. 이제는 베스트셀러란에 한국문학보다 외국문학이 더 많은 상황이 된데다가. 외국 문학에, 장르 문학에 새롭고 괜찮은 물건들이 넘쳐난다. 굳이 봐야 할 이유가 없다. 많은 순문학도들이 웃기지도 않는 저급한 독자가 감히 순문학을 깐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국문학과다. 어떤 작품들이 괜찮고, 얼마나 끝내주는 게 있는지는 안다. 하지만 단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있는 단점을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게다가 최근 일 때문에, 혹은 어쩌다 읽은 순문학들은 죄다 별로였다. 내가 김진명이라는 지뢰를 밟은 것(그 사람은 애당초 순문학도 아니지만.)은 내 책 선정 중 최악의 실수였다. 박완서의 리진은 조잡해 보였다. 정유정의 '7년의 밤'은 분명 괜찮았지만, 최고는 아니었다. 덕혜옹주는 볼만 했지만 그뿐이었다. 황석영의 객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지루했다. 사실, 재미만 따지면 100년 전에 나온 이광수의 무정이 더 재미있었다. 천명관의 이름은 드높았지만, 고령화 가족도 썩 별로였다. 조정래는 마음에 들었지만, 사람들은 그닥 높게 평가하진 않는 듯 했다. 내가 작품을 잘못 골라서 그럴 수도 있다. 요즘 뜬다는 김애란, 윤대녕, 배수아 등을 봤어야 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진짜로 뭘 모르는 독자라서 그럴 수도. 그러나 힘든 건 힘든 거였다. 많은 작품에서 지나치게 짙은 감성이 올라와 나를 힘들게했다. 사회파들의 비판은 어딘가 어중간하거나 비슷비슷해 보였다. (저번에 재미있게 본 데니스 루헤인이라고 뭐가 다르겠냐만, 그건 재미있어서 5개 준 거다.) 거기에 어딘가 붕 뜬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현실과는 상관 없는, 이상한 감각이 자주 들었다. 엘리트만의 세상, 순문학만의 세상. 그런 폐쇄적인 느낌. 거기에 순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인, 통찰력과 깊이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한국 문학을 혐오하는 편까지는 아니다. 단지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그 수많은 한국 소설들을 다시 읽다보면 매력적인 작품 하나 둘 손에 잡히고 내 인식도 좋아지겠지만. 아니, 필경 옛날 것들은 매력 넘치고 재미있겠지만. 요즘 것들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감이 든다. 시대의 흐름에서 떨어지고, 현실도 제대로 인식 못하는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무엇보다, 순문학 특유의 진정성과 내적 통찰력이 바닥을 찍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배명훈은 챙겨 보려 했다. 'SF는 장르 문학 중에 수드라야.'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SF는 우리나라에서 별로 대접 받지 못하는 지위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SF 영화가 몇개나 되는가? 한국 게임 중에 SF로 성공한 게 있는가? (메탈레이지 망하고, 베르카닉스 개발 접고, 에이스 온라인도 외국에서만 잘 나가고, 기타 이거저거 다 말아먹고...sigh) 우리 근처에 SF인 문화 컨텐츠가, 우리나라 걸로 몇개나 있는가? 요즘에 들어서는 상황이 좀 나아졌다. 웹툰이라도 가끔 보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만화, 게임 때문에 꽤 익숙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SF는 마니아 한 줌에 조그마한 팬 좀 거느린 장르이다. 한국 내 SF 출판 소설도 적은 편이며, 읽을 만한 글은 정말로 적다. 옛날에 좀 하시던 복거일 작가나, 요즘에는 글 안 쓰시는 듀나 작가나, etc. 소수. (더 있긴 할텐데 유명하지는 않은지라.) 거기에 번역도 좀 열악하다.

그러니 그의 작품은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래서 저번에 '타워'를 집고, 재미있게 보았다. 그 다음 작들은 이상하게 도서관에 없거나, 분실이거나, 걸레 비슷한 상태로 놓아진 터라 읽지 못했지만. (스티븐 킹도 그래서 못 봤었다.) 그래도 읽고 싶었던 지라 큰맘 먹고 하나 샀다. 그의 최신작 '총통 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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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게 마음에 들었다. '가카'를 까는 그 용기라니. 과감함이라니. 5년 차에 까는 게 살~짝 비겁해보였지만. 작가도 살아야지 않겠는가. 4년은 넘어야 깔 컨텐츠가 쌓이기도 하고 말이다. 직함이 서울대 외교학과인 만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 어떻게 멋진 비평을 할지도 기대되었다. 물론 학벌 좋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석사이니까. 다만 일군의 지식인들처럼, 남들이 가카를 까니까 그냥 별 것 아닌 사실가지고 까는 게 아닐까하는 다소의 불안이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는 좀 불만이 있다. 일단 그건 마지막에 다루겠다.

언제나 그렇듯 배명훈의 소설은 재미가 있는 편이다. 가끔 지루함이 찾아오기도 하고, 너무 가벼워서 쳐내버리고 싶은 욕망도 들지만, 읽을만 했다. 자잘한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역시 배명훈'이랄까. 이번에는 SF만이 아니라 판타지, 일반 소설들도 넘나들어서 폭도 꽤나 넓다. SF 팬들은 살짝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만, 새롭고 신선한지는 잘 모르겠다. 썩은 물처럼 고인 작가들에 비해서는 백배 나은 편이지만, 다른 장르에서 본 다른 이들의 서사 실력을 따라가는 지는 조금 의문이다. 솔직히 엉뚱하기는 한데 완전히 새로운 느낌은 아니었다. 다른 4차원 소설에서도 볼 수 있는 정도? 소재는 참신했지만, 소재가 참신하다고 모든 게 참신했으면 양판소도 참신했을 터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은 건, 작가가 별 거 아닌 이야기도 재미있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 때고 시간 순대로 플롯을 보면 별 내용은 없다. 다른 소설에서도 한 생각에, 한 플롯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고, 다듬고, 조미료를 뿌리는 게 실로 멋있다. 그런 이유로 '새벽의 침략', '혁명이 끝났다고?' 이 둘은 책을 산 가치를 하게 만들었다. 읽을만한 농담이었다.

읽기도 쉽고. 스토리도 재미있고. 남들과는 그럭저럭 다른 편이고. 무엇보다 질질 짜지도, 감성 팔이하지도 않는 게 좋았다.

하지만 별을 네 개 줄 지, 세 개 줄지 고민 많이 했다.

배명훈의 글 자체가 그런 건 알겠는데. 왠지 모르게 공들인 느낌이 없다. 단편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 거기서 거기다. 가끔은 인간 관계도 거기서 거기고. 가끔 다른 게 나와도 다른 소설에서 흔히 나온다. 세계관은 우습지만, 그걸로 뭘 제대로 엮은 기분은 안 든다. 말과 글이 유별나게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가끔 양산형 국문학을 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든다. 1년 연속으로 계속 단편 만들고, 글 내고, 하는 그런 거 말이다.

물론, 봐 줄수는 있다. 스티븐 킹도 클리셰가 있으니까. 게다가 조정래는 대하소설 후반이 조루라는 말도 듣지 않는가.

헌데 아직 가장 중요한 이유가 남아있다.

일단, 나는 저번 첫 투표에서 빨간 공주님께 표를 내놓았다. 일베 안 한다. 광주는 폭동이 아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 하지만 기호 2번, 사람이 먼저인 그 분은 믿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선거 전에 뭘 했는지도 모르겠고, 공약은 어딘가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야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 편이지만, 대강 상식 선에서 봤을 때 불안하기는 했다. 게다가 진보가 자주 보여주는 분열과 이해하지 못할 발언, 감성팔이, 삽질, 그리고 행동 없는 말들은 나를 진보에서 멀어지게 했다. 물론 보수라고 저런 잉여력이 넘치다 못 해 제정신 아닌 짓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썩어빠지고, 매도하기는 마찬가지다. 4대강은 끔찍했다. 낙하산과 부패는 진절머리나고, 기업이 사람들 뜯어 먹는 것도 정말 짜증난다. 가카께서는 경제를 살리겠다 했지만, 살리지는 못 했다. 국외 경제 상황이 어떻고 간에, 추운 나날들이었다. 고로 둘 다 찍고 싶지 않았지만, 굳이 고르래서 보수를 골랐다.

(대학교에서 빨간 공주님 뽑은 건 나 밖에 없더라. 선배들이 구박 엄청한다.)

그런 이유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저 글을 읽을 때는 가카를 까는 그들의 처지가 옳다고 인정하거나, 최소한 이해시키기 위한 설득이 있어야 했다. 아니면 통찰이라도. 하지만 배명훈의 총통 각하에는 가카를 까는 재미난 독설과 이야기 뿐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는 별로 없었다. 이해가 안 되니 그 모든 걸 뚫을 통찰도 없었다. 단편이라서 한계가 있었다는 소리는 하지 말라. 그건 위대한 한국 문학의 선배들이 쓴, 주옥같은 단편들에 대한 모독이다.

작가는 가타의 실용 정부 창립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가카의 임기가 끝나기를 숨직이며 기다렸다. 확실히 낙하산 인사는 문제이고. 시위는 과잉진압이 심각했으며, 노동자 착취는 끔찍했고. 복지 시스템이 안 돌아 간 건 사실이다. 그 사이 진보들이 '현실을 알았다.'하며 변질한 것을 잡은 건 뛰어난 시각이었지만.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지금 그래서? 그들이 쥐고 있는 건 미래의 이상과 신념, 낭만 뿐이지 않은가? 그걸 기다리며 노력하는 건 좋지만, 뛰어난 이상을 사람들이 외면하고, 실현되지 않는데에 대한 지적인 통찰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가카가 문제고. 문제이며. 문제라는 게 전부다.

나는 지금 문학에게 답을 내놓으라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란 말이다.

이 한국에 대해서. 앞으로 나아갈 어떤 무언가를 위해서. 진정 가카를 까는 것만이, 최선이었는가? 이런 분풀이 단편을 하나도 아니고 300페이지나 모아서 책으로 팔아먹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건 고매한 문학인들이 가카의 뒷흉을 보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다. 가카만 물러나면 모든 게 더 나아지는가? 진보가 정권을 잡으면 우리는 배불리 먹고 행복하고 영혼이 넘치는 삶을 지낼 수 있는가? 그렇다면 왜 국민들은 그걸 거부하고 빨갛고 무능력하고 부패된 사람들을 찍었는가? 단순히 그들이 계몽 대상인 머저리들이라서? 뻔하다. 근 15년 동안 진보는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이 글은 무의미한 한 문장, '가카가 문제다.'를 재미있게 다각도에서 여러 의미로 풀어낸 것에 불과하다.

내가 보기에 이런 글은 가볍게 읽는 게 전부라고 본다. 그리고 가볍게 읽을 거면 순문학을 잡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차라리 장르 문학을 잡지. 이번 글은 솔직히 배명훈에게 실망이었다.

내용만 보면 3점이지만, 그래도 하루 만에 재미있게 읽었기에 4점을 준다.





ps. 긴 글은 아무도 읽지 않는다. 그래서 길게 적었다.
또 ps. 허윤진 평론가의 평론, 너무 오글거린다. 찢을까 고민했다.

전쟁 전 한 잔 - 데니스 루헤인 스릴러 감상



A Drink Before the War, Dennis Lehane
데니스 루헤인 저
조영학 역
황금가지
10000원, 358p


개인적인 별점 :★★★★★

장점

-명작의 장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내가 뭐라 할 말은 없다.
-단점 따위 신경 쓰지 말고 읽으면 된다.

단점

-처녀작 다운 사소한 미숙함
-약간 익숙하지 않은 모양새
-조금만 대충 읽어도 내용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
-하지만 신경 쓰지 말고 사시면 된다.


원래부터 명작이었고. 그래서 특별히 별다른 리뷰가 필요하지도 않지만, 독서노트 삼아서 좀 적도록 하겠다.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데니스 루헤인은 상당히 유명한 작가이다. 스릴러 뭐가 재미있느냐고 하면 스티븐 킹과 함께 꼭 올라오던 작가.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그의 책을 읽지 않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셔터 아일랜드' 원작자라는데, 난 셔터 아일랜드 재미없게 봤기 때문이다. (미래를 보는 눈! 발동! 반전을 보여줘!) 그런데 볼 책이 없어서 문득 책장을 보니 내 책장에 저 책이 꼽혀 있었다. 언제 샀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있었다. 아무래도 라이트노벨 살 때 끼여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냥 보았다. 하드보일드에 대해 좀 알아갈 겸사 해서.

왠걸, 끝내주게 재미있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극대화된 주인공의 입담은 재미 없을만한 장면도 재미있게 만들어줬다. 거기에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개성이 넘치고 풍부하던지. 거기에 자꾸만 올라가는 이야기의 긴장감은 나를 매료시켰다. 사회적인 이슈를 정밀하게 다룬 것도 좋았고, 거기에 따른 냉소도 좋았다. 특별히 주제가 심원한가? 이까지는 내 레이더에 잡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만하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뻔해 빠진 아저씨들의 훈계와는 급이 달랐다.

물론 단점이란 게 없지는 않다. 주인공이 의뢰를 받았는 데 그 의뢰가 꼬이고 결국에는 어쩌고 저쩌고 (미리나름 방지)하는, 살짝 흔한 플롯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야기가 예상이 되었다. 게다가 약간 어려운 편이라, 잠시만 훑는 다는 기분으로 책을 봐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위의 건 아무리 봐도 사소한 단점이다. 이게 처녀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까 이건 살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거기다가 내 취향이고.

ps. 우리나라 아저씨들이 읽는 소설들이랑 비슷한 향내가 난다. 실제로 용도가 비슷한 장르여서 그런 것 같은데. 왜이리 퀄리티 차이가 심하게 나는지. 조금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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